USB 쓰기 속도, 읽기의 16분의 1 — 불량이 아닙니다 (실측)

USB로 설치 ISO를 굽는데 1GB에 2분 넘게 걸립니다. 복사창 속도는 한 자릿수에서 꿈쩍도 안 합니다. 불량인가 싶어 검색하면 “USB 3.0은 5Gbps”라는 스펙 얘기만 나옵니다 — 5Gbps면 초당 600MB급인데, 왜 제 USB 쓰기 속도는 6MB도 안 나올까요.

제 128GB USB 메모리로 캐시를 배제하고 직접 측정해봤습니다. 결론부터: 불량이 아니라, 싼 USB 메모리는 원래 이렇습니다.

이 USB의 실측은 읽기 94.5 MB/s, 쓰기 5.8 MB/s — 16배 차이입니다. 인터페이스(USB 3.0)가 아니라 안에 든 낸드와 컨트롤러가 병목이고, 이 비대칭을 알면 USB 메모리를 어디까지 믿고 쓸지가 정해집니다.

1. 실측 — 캐시를 빼고 재야 진짜 속도다

파일 복사 시간으로 재면 Windows 캐시가 끼어들어 값이 오염됩니다. 그래서 PowerShell에서 쓰기는 WriteThrough(캐시를 거치지 않고 장치에 직행), 읽기는 NO_BUFFERING(캐시를 완전히 우회) 옵션으로 1GB를 측정했습니다.

# 1GB 실측 결과 (128GB USB 메모리, USB 3.0 포트)
쓰기(WriteThrough): 5.8 MB/s   (176.5초 / 1GB)
읽기(NoBuffering) : 94.5 MB/s  (10.8초 / 1GB)

읽기는 USB 3.0 값을 하는데, 쓰기는 USB 2.0 시절 수준도 안 됩니다. 같은 막대기에서 나온 숫자가 맞습니다. 하루 지나 다시 재도 같은 범위(전날 92.9 / 4.7 MB/s)로, 일시적인 상태가 아니라 이 물건의 성격입니다.

2. ⭐ 왜 읽기만 빠른가 — 병목은 단자가 아니라 낸드다

“USB 3.0 = 5Gbps”는 통로의 규격이지 저장장치의 속도가 아닙니다. 고속도로가 뚫려 있어도 짐을 싣는 손이 느리면 트럭은 느립니다.

구간이 USB에서
USB 3.0 인터페이스이론 5Gbps — 병목 아님
낸드 읽기셀을 읽기만 하면 됨 → 94.5 MB/s
낸드 쓰기지우고 다시 쓰는 과정이 필요 → 5.8 MB/s
SSD와의 차이SSD는 빠른 임시 저장(캐시)과 병렬 채널로 이걸 가리지만, 저가 USB 컨트롤러에는 그런 장치가 없다

낸드는 구조적으로 쓰기가 읽기보다 훨씬 비싼 작업입니다. SSD는 컨트롤러가 그 비용을 숨겨주지만, USB 메모리는 숨겨줄 부품을 뺀 가격으로 팔리는 물건입니다. 그래서 읽기 위주로는 멀쩡하고 쓰기에서 본색이 드러납니다. USB 쓰기 속도가 광고 숫자와 다른 건 과장이 아니라 재는 곳이 다른 겁니다 — 광고는 통로를, 체감은 낸드를 잽니다.

3. “99%에서 멈춘다”는 속설 — 지금 Windows에선 다르다

USB 복사 하면 따라오는 얘기가 “복사창은 빠른데 99%에서 한참 멈춘다 — 캐시 때문이다”입니다. 확인해보려고 일반 복사로도 1GB를 옮겨봤습니다.

# 일반 복사 (탐색기와 같은 버퍼드 방식)
복사 명령 완료까지 : 141.4초  → 겉보기 7.2 MB/s
캐시 플러시 추가   : 1.1초    → 밀린 데이터가 거의 없다

착시가 없었습니다. 복사창이 처음부터 실제 속도로 기어갑니다. 이유는 정책입니다 — Windows 10 1809부터 이동식 드라이브의 기본값이 “빠른 제거”(쓰기 캐시 비활성)로 바뀌었습니다. 쓰기를 캐시에 쌓지 않으니 복사창이 거짓말을 못 하고, 대신 안전 제거 없이 뽑아도 되는 구조입니다. 상세 기준은 Microsoft 공식 문서에 있습니다.

정리하면 — 요즘 Windows에서 USB 복사가 느리게 보이면, 그건 실제로 느린 겁니다. 캐시 탓이 아니라 낸드 탓이고, 기다리는 것 말고는 답이 없습니다.

4. 그래서 어디까지 쓰는 물건인가

읽기 94 / 쓰기 5.8이라는 비대칭을 알면 용도가 깔끔하게 갈립니다. 핵심은 “자주 쓰는(write) 일에는 못 쓰고, 한 번 쓰고 여러 번 읽는 일에는 충분하다”입니다.

용도판단
OS 설치 미디어 · 부팅 USB최적. 굽는 건 한 번(느림), 설치할 땐 읽기만(빠름). 저는 Ventoy를 올려 ISO 여러 개를 넣어두고 골라 부팅한다 — Windows Server 평가판 ISO도 이렇게 쓴다
문서·자료 전달용충분. 수백 MB 단위까지는 참을 만하다
백업 대상부적합. 수십 GB를 5.8 MB/s로 쓰면 반나절이다. 외장 SSD로 갈 것
USB에서 직접 작업 (편집·압축 해제)부적합. 쓰기가 끼는 순간 체감이 무너진다
휴대용 앱 실행읽기 위주면 가능, 앱이 데이터를 계속 쓰면 비추천

정리

하나만 기억한다면
USB 메모리의 스펙은 통로(USB 3.0) 얘기고, 체감은 낸드(쓰기 5.8 MB/s) 얘기다. 읽기 위주 용도(설치·부팅·전달)에는 충분하고, 쓰기 위주 용도(백업·작업)에는 외장 SSD가 답이다. 복사가 느려 보이면 실제로 느린 것이니, 불량을 의심하기 전에 쓰기 속도를 먼저 재보자.

같은 주변기기 실사용 기록으로 QHD 모니터를 720p로 쓰고 있던 이야기도 있습니다 — 이번에도 교훈은 같습니다. 산 물건의 스펙은 직접 재봐야 내 것이 됩니다.

측정값은 제 128GB USB 메모리 한 개의 결과이며, 제품·컨트롤러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. 측정은 캐시를 우회하는 옵션(WriteThrough / NO_BUFFERING)으로 1GB 파일을 사용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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